세인트루이스와의 디비전시리즈 1차전 선발 커쇼, 그렇다면 류현진은?(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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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류현진입니다. 어제(9월 29일, 이하 한국시간) 콜로라도 로키스와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오늘은 모처럼 휴식일입니다.
어제 경기에선 제 ‘형님’이신 유리베가 일일 감독으로 나섰고, 일일 벤치코치를 맡은 헨리 라미레즈와 함께 더그아웃을 지키며 팀의 10-5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이날 선발투수는 잭 그레인키였는데요, 전 그레인키가 등판하는 날, 치아가 보이도록 환하게 웃는 건 어제 처음 봤습니다. 순전 유리베 감독 때문이었겠죠. 경기 중이라 시종 진지한 표정을 하면서도 콕 찌르면 터질 듯한 웃음보를 장착한 유리베 감독의 몸짓에 선수들 모두 웃음을 찾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정규시즌 최종전에 일일 감독을 운영한다는 귀띔을 받고, 처음에는 이런 시스템이 무척 신기했습니다. 선수생활하면서 처음 경험하는 일이라 상대팀에서 기분 나쁘지는 않은지, 감독 유리베-코치 라미레즈 조합이 괜찮은 건지 살짝 걱정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이고, 우승도 확정지었고, 더욱이 홈에서 펼쳐지는 경기라 이벤트를 진행하기엔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이었습니다.
경기 후 유리베는 “감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한 번은 괜찮지만 계속하라면 못할 것 같다”며 힘들다고 하소연했지만, 하루 동안 체험한 ‘권력’의 맛을 꽤 즐긴 듯합니다.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았거든요.
정규시즌을 마치며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세인트 루이스와의 디비전시리즈가 남아 있어 경기는 앞으로도 계속되지만, 인터뷰에서도 밝혔듯이 제가 LA 다저스란 팀을 만나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에 이어 2년차에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경험한 부분은 영원히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제가 등판한 경기 수에 비해 이닝 수가 적다는 부분입니다. 14승 7패 평균자책점 3.38로 정규시즌을 마감했는데, 이 아쉬움은 오는 10월 4일부터 열리는 디비전시리즈에서 제대로 채워나갈 계획입니다.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 '일일 감독'으로 나선 유리베와 매팅리 감독.(사진=다저스 포토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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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회복 상태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어제 불펜피칭을 마친 후에도 통증은 없었습니다. 저도, 또 팀에서도 디비전시리즈의 스케줄대로 등판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는데요, 홈에서 2차전까지 치르고 세인트루이스로 넘어간 후에나 복귀 등판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지난 해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맞붙었던 세인트루이스는 팀 밸런스가 굉장히 좋은 팀입니다. 투타에서 안정된 전력을 갖추고 있고, 지난해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는 등 큰 경기 경험이 많은 팀이라 치열한 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해 우리가 세인트루이스를 상대로 4승3패를 올리긴 했지만, 단기전에서는 정규시즌의 성적이 크게 작용하지 않습니다.
1차전 선발로 나설 커쇼가 경기를 잘 풀어간다면 2차전에 등판하는 그레인키의 부담이 한결 덜할 것이고, 원정에서 치르는 3,4차전의 선발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타선의 힘과 수비가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디비전시리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인트루이스와의 대결을 앞두고 내일부터 팀 훈련에 들어가는데, 어깨 부상을 당했던 저로선 등판 전까지 최대한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지금까진 재활 스케줄대로 프로그램을 소화했고, 매팅리 감독님을 세워 놓고 불펜 피칭을 한 이후에도 어깨에 통증이 없어 기분이 아주 상쾌할 정도입니다.
한국에서는 야구대표팀의 금메달 획득과 관련해 두 가지의 시선이 교차하는 것 같네요. 진심으로 축하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일본, 중국, 대만의 전력이 이전만 못했고, 상대팀 선수들의 실력이 한국 선수들에 비해 뒤떨어졌기 때문에 한국의 금메달을 진심으로 축하할 수 없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그동안 올림픽, 아시안게임을 두루 경험한 저로선 어떤 형태의 메달이든, 우리 선수들의 노력과 땀으로 얻은 금메달은 진심으로 축하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참가국들마다 각자의 환경에서 최상의 전력을 꾸렸을 것입니다. 그 전력이 우리 눈에는 수준 미달로 보였겠지만, 그들의 입장에선 최선을 다했을 것입니다. 일부러 경기에서 지려고 마이너리그 선수들만 모은 것도 아닐 것이고, 실력이 뒤떨어지는 선수를 발탁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예선전을 모두 콜드게임으로 이겼다고 해서 그게 지적 받을 일은 아닙니다. 참가국들의 수준이 뒤떨어진다고 해서 우리 선수들이 욕 먹을 일도 아닙니다. 한국 올스타가 메이저리그 올스타를 만나 이길 수도 있고, 대만 올스타와 붙어 질 수도 있는 게 야구입니다.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에선 어느 메달도 따기 쉬운 메달이 없습니다. 선수들의 노력 없인 손에 닿을 수 없었던 금메달입니다. 한국이 대만과의 결승전에서 쉽게 이길 수 있는 부분을 어렵게 풀어나가면서 마지막까지 마음을 졸이게 한 부분은, 이게 야구이기 때문입니다.
멀리서 대표팀 소식을 보고 들으며 안타까움이 컸습니다. 류중일 감독님을 비롯해 대한민국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고, 승리했고, 금메달을 땄습니다. 제도와 시스템은 선수들이 고칠 부분이 아닙니다. 감독님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을 뿐입니다. 그게 비난 받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일기는 류현진 선수의 구술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정규시즌 우승 확정 후 관중들과 샴페인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류현진.(사진=다저스 포토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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