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yernes, Mayo 22, 2015

[박동희의 현장 속으로] '공인구 탐욕', 협회가 막아야 한다. 기사입력 2015-05-22 15:48 |최종수정 2015-05-22 16:12 썸네일 아이들은 야구공을 통해 꿈을 키운다. 아이들의 꿈이 어른들의 탐욕에 의해 좌절되지 않으려면 보다 많은 어른의 관심과 감시가 필요하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야구는 펜스로 둘러싸인 경기장에서 감독이 지휘하는 9명의 선수로 구성된 두 팀이 한 명 이상 심판원의 주재 아래 규칙에 따라 치르는 경기이다.(지명타자 제도를 채택한 경우 10명이 된다.)’ 야구규칙 1.01 조항이다. 미국, 일본, 타이완, 도미니카를 가도 야구규칙은 대부분 1.01 조항으로 시작한다. 여기서 빠진 게 있다면 ‘무엇’으로 야구를 하느냐다. 그도 그럴 게 만약 공, 배트, 글러브가 없다면 야구는 한편의 무용이 될 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물론 배트, 글러브가 없어도 야구까지는 아니어도 ‘준(準)야구’는 즐길 수 있을지 모른다. 과거 맨손으로 공을 치고 받던 ‘찜푸’가 좋은 예다. 하지만, 공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베이스볼(baseball), 야구(野球), 봉구(棒球) 등 야구를 뜻하는 다양한 용어에 ‘볼(ball)' 구‘(球)’가 빠짐없이 들어가는 것도 야구가 공에 의해 진행되는 구기종목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공은 야구의 기본 가운데 기본인 것이다. 각설하고. 기본 장비인 공, 배트, 글러브가 갖춰지면 감독이 지휘하는 9명(혹은 10명)의 선수로 구성된 두 팀은 한 명 이상 심판원의 주재에 따라 경기를 치른다. 경기의 목적은 상대 팀보다 많이 득점해 승리하는 것이다. 이것이 야구규칙 1.02항의 내용이다. 야구 경기의 목적이 승리고, 이 승리가 정당한 인정을 받으려면 두 팀은 ‘공정한 조건’에서 경기를 치러야 한다. 특히나 팀 성적뿐만 아니라 개인기록이 리그 전체 흥행과 팬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프로리그에선 ‘공정한 조건’이야말로 리그의 항구적 유지·발전을 위해 선결사항이다. 하지만, 지난해 기자는 KBO(한국야구위원회), KBA(대한야구협회) 공인구를 취재하면서 때론 ‘공정한 조건’이 구호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공정한 조건’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을 때 인간의 탐욕이 어떻게 개입하고, 그 탐욕이 야구계의 질서를 어떤 식으로 어지럽히지는 목격했다. 무엇보다 ‘공정하지 않은 조건’으로 프로 선수들과 그보다 많은 야구소년이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렇다면 과연 올 시즌은 어떨까. KBO가 사상 첫 시도인 ‘리그 단일구’를 추진하는 가운데 KBA는 새로운 공인구 규정을 내놓고, 이를 현재 전면 시행 중이다. 야구계는 KBA의 새 공인구 규정을 ‘가장 모범적이고도 강력한 규정’으로 평하고 있다. 양모 90% 이상 A급공 돈을 주고도 저급공을 납품받았던 아마야구 썸네일 사진 왼쪽부터 지난해 대한야구협회 공인구, 사회인야구용 경기구, 한국야구위원회 공인구. 양모 95% 이상의 공들은 양모 색깔이 베이지색이다. 그러나 그 이하 공들은 사진 속 공들처럼 검붉은 색깔을 띤다. 양모 말고도 나일론, 폴리에스터, 아크릴 등 기타 섬유를 포함됐기 때문이다. 놀라운 건 가운데 지난해 사회인 야구공의 양모 함량보다 떨어지는 공이 A급 공인구로 둔갑해 사용됐다는 사실이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지난해 11월 기자는 KBA 사무실에서 협회 관계자들과 함께 ‘KBA 공인구’ 해체 작업을 벌였다. ‘KBA 공인구 가운데 양모 함량이 크게 떨어지는 저급 공인구가 유통되고, 이것이 일부 사실’이라는 기자의 취재를 협회 관계자들이 직접 확인하고 싶어했기 때문이었다. 몇 해 전부터 야구계엔 ‘프로와 아마추어 공인구 품질이 다르고, 1·2군 공인구 품질 역시 제각각’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프로야구 전지훈련용 공도 1군 공과는 다르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여기다 “KBA가 업자들에게 ‘양모 함량 90% 이상의 A급 프로 공인구’에 해당하는 돈을 주고도 양모 함량이 80%대인 B급, 60~70% 이하인 C급 공을 납품받고 있다”는 소리까지 들렸다. 만약 제보와 정보 그리고 소문이 사실이라면 이는 중대한 문제였다. 야구계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인 데다가 우리 아이들의 꿈과 미래가 어른들의 탐욕과 기만에 의해 짓밟히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당시 모 구단 관계자는 “프로구단들은 1·2군 공과 전지훈련 공 가릴 것 없이 공인구 업체에 A급에 해당하는 7만5천 900원(한 다스 기준)을 주고 공을 사온다”며 “2군 공, 전지훈련용 공이라고 공인구 업체가 더 싸게 판 일도 없을뿐더러 우리가 더 싸게 팔라고 요청한 일도 없다”고 설명했다. KBA도 마찬가지 답변을 들려줬다. 당시 KBA 나진균 사무국장은 “현재 우리가 사용 중인 아마추어 경기구는 공인구 업체들이 프로구단에 납품하는 KBO 공인구와 똑같은 양모 90%이상의 A급 공으로 알고 있다”며 “따라서 우리도 업체에 프로구단들처럼 7만 5천 900원(한 다스 기준)을 주고 공을 사오고 있다”고 밝혔다. 프로구단들과 KBA는 “여러 해 거래한 공인구 업체가 B, C급 공을 A급으로 둔갑시켜 판매할 리 있겠느냐”며 “과거부터 그런 이야기는 있었지만, 사실이 아닐 것으로 믿어왔다”고 전했다. 썸네일 각 공인구 회사가 제시한 공별 등급. 이 회사들은 스스로 A, B, C급으로 공 등급을 나눴고, 나눠진 등급에 따라 가격 차등을 뒀다. 하지만, 지난해 야구계엔 C급 공이 A급 공으로 둔갑하고, B급 공이 A급공으로 팔려가 프로에서 사용되기도 했다. 두산 같은 구단은 올 시즌 공인구 교체를 통해 몇몇 업자들의 기만에 '더는 속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KBO는 단일구 논의에 들어갔고, KBA는 강력한 공인구 규정을 만들었다. 변화의 시작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과연 그럴까. 불행하게도 제보와 정보 그리고 소문은 대부분 사실이었다. 국가공인 섬유시험분석기관들의 양모 함량 실험 결과 프로 공인구에서도 양모 함량이 A급에 미달하는 B급 공이 나왔다. 심지어는 사회인리그에서나 사용할 법한 양모 70%대의 공까지 발견됐다. 이건 약과였다. 아마추어 공인구 사정은 더 심각했다. 양모 함량 분석 결과 프로 공인구와 아마 공인구의 양모 함량은 큰 차이가 있었다. 일부 업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공인구 업체가 프로엔 양모 90% 이상의 A급 공을 제공해왔지만, 아마엔 거의 모든 업체가 작심이라도 한 듯 프로보다 양모 함량이 떨어지는 공을 납품해왔음이 드러났다. 극히 일부 업체는 양모 60%대 C급 공인구를 A급 가격으로 KBA에 납품하기까지 했다. 프로 납품가와 동일한 금액을 받으면서도 아마추어엔 양모 함량이 낮은 공을 납품했다는 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었다. KBA가 “KBO 구단들과 같은 돈을 주는데 왜 우리한텐 이런 공을 주느냐”고 따져도 할 말이 없는 일이었다. 실제로 기자와 협회 관계자들이 KBA 공인구를 함께 해체했을 때 양모 함량 90% 이하인 B, C급 공이 태반이었다. KBA 윤정현 전무이사는 이 같은 사실을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자 길게 한숨을 내고서 “아이들이 사용하는 공을 더 잘 만들어도 시원찮을 판에 ‘눈으로 확인하지 못한다’고 아이들을 상대로 어떻게 이런 장난을 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프로 공인구와 같은 돈을 받고도 아이들에게 이런 공을 납품해왔다는 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노했다. 당시 프로와 아마 공인구의 양모 함량이 달랐던 한 공인구 업체 대표는 솔직하게 “우리 잘못이 크다”고 인정했다. 그는 “원가절감 차원에서 양모 함량을 달리한 게 아니다”라고 항변하다가 “‘프로와 아마추어 공인구 양모 함량이 다소 차이가 나도 된다’는 걸 업계의 관행으로 믿고, 지금껏 프로보다 양모 함량이 떨어지는 야구공을 A급 공으로 납품한 게 사실”이라고 털어놓은 뒤 “앞으로 KBA에도 양모 90% 이상의 A급 공을 납품하겠다”고 약속했다. 협회의 감시 소홀이 키운 '공인구 탐욕' 썸네일 2014년 KBO, KBA 공인구 규정. KBO는 공인구 규정이 아직 수정되지 않았으나, KBA는 보다 강력한 규정을 추가했다 이렇듯 저급 공인구가 A급 공인구로 팔릴 수 있었던 건 구단과 협회의 관리 소홀 탓이 컸다. 프로는 KBO가 공인구 인증에만 관여할 뿐 그 공을 쓰는 건 구단의 자율이기에 직접적인 관리 책임은 구단의 몫이었다. 하지만, 몇몇 구단 관계자는 공인구 업체와 ‘검은 결탁’을 맺어 뒷돈을 챙기는데 바빴고, 이것이 발각되자 그 구단들은 문제를 바로 잡으려 하기보단 조용히 사건을 덮는데만 치중했다. 놀라운 건 이런 부정에 개입된 이들 가운데 일부는 여전히 그 구단에서 프런트로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로가 구단 책임이 컸다면 아마야구는 협회 책임이 가장 컸다. 그도 그럴 게 KBO는 그나마 공인구 반발력 검사라도 철저히 하지만, 지난해 9월까지 KBA는 협회 창립 이래 한 번도 공인구 반발력 검사를 하지 않았었다. 반발력 검사는 고사하고, 협회 관계자가 공인구 업체로부터 ‘검은 돈’을 받아 재판정에 서기까지 했다. 한마디로 생선을 고양이에게 맡긴 꼴이었다. 그런 사이 공인구는 어른들이 탐욕을 나누는 ‘좋은 먹이’가 됐고, 저급 공이 A급 공인구로 둔갑하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된 것이었다. 특히나 이는 야구소년들의 미래에 직접적인 악영향으로 작용했다. 좋은 예가 있다. 2013년까지 아마추어 야구계는 극심한 ‘홈런 가뭄’에 시달렸다. 좋은 체격과 뛰어난 파워를 갖춘 고교야구 학생선수들이 장타를 때리는데 ‘영문 모를’ 어려움을 겪었다. 그 때문에 이들 가운데 일부는 프로 스카우트들로부터 “체구는 좋은데 장타력이 부족하고, 발까지 느린 선수”란 낙인이 찍히며 프로 입문에 실패했다. 아마야구계에선 이 문제를 두고 ‘나무배트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몇몇 야구인은 그보단 “저품질, 저반발력의 공인구가 문제 아니냐”며 KBA 공인구에 초점을 맞췄었다. 썸네일 고교야구 년도별 홈런수, 득점수의 변화. 2014년 고교야구는 기존 업체 대신 새 업체들의 경기구를 공인구로 사용하며 홈런과 득점에서 큰 변화를 맞았다. 재미난 건 양모 함량이 낮고, 전체적인 퀄리티가 떨어진 공인구를 쓴 지역에선 홈런수에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해까지 고교야구계의 극심한 '투고타저' 현상을 나무 배트 탓으로만 돌렸다. 그것이 어른들의 탐욕이 계속 유지되기에 가장 그럴 듯한 변명으로 생각됐기 때문일지 모른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우연의 일치일지는 모르나, 지난해 KBA는 새로운 공인구 업체로 모 업체를 승인했고, 이 회사의 공을 주요대회에서 사용하면서 ‘홈런 가뭄’에서 탈출했다. 이 업체가 납품한 공인구는 기자가 복수의 섬유시험분석기관에 성분 의뢰를 요청했을 때 양모 함량 94% 이상을 기록한 바 있었다. 양모 함량이 높을수록 공의 찌그러짐이 덜하고, 보다 ‘정상적’인 반발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걸 고려한다면 고교야구의 ‘홈런 정상화’는 곧 ‘공인구 정상화’를 뜻하는 것일지 몰랐다. KBA는 기자와 공인구 양모 함량을 직접 확인한 후 “특단의 대책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윤 전무는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아이들이 사용하는 공을 갖고 일부 업체가 장난을 쳤다면 이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다. 아이들의 꿈과 미래를 짓밟는 행위에 대해선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아예 협회 규정을 바꾸겠다”고 다짐했다. 아마야구의 새로운 공인구 규정 "어른들의 탐욕을 감시하라!" 썸네일 오늘도 야구소년들은 꿈을 향해 뛰고 또 뛴다. 이 야구소년들의 꿈이, 그리고 리그의 '공정한 진행'이 이뤄지려면 가장 기본이 되는 야구공 먼저 보다 정직하게 관리돼야 한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다짐이 현실화하는 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KBA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공인구 규정을 빠르게 손봤다. 우선 공인구 규정을 강화했다. 지난해까지 한국야구위원회(KBO)와 KBA(대한야구협회)의 공인구 규정엔 ‘야구공은 평균 반발계수가 0.4134에서 0.4374 이내에 들어야 하며, 공의 솔기 폭은 16분의 6인치·실밥수는 108이어야 하고, 공의 둘레는 9인치에서 9인치 4분의 1이어야 한다. 그리고 공의 중량은 141.7g에서 148.8g 이내이어야 한다’는 내용만 적시돼 있다. 공인구 양모 함량에 대해선 규정 자체가 없었다. 이 때문에 몇몇 공인구 업체는 “KBO나 KBA 모두 공인구 규정에 ‘양모를 몇 퍼센트 쓰라’는 내용 같은 건 전혀 나와 있지 않다”며 이를 근거로 “양모를 몇 퍼센트 쓰던 공인구 반발계수만 지키면 되는 게 아니냐”고 되레 큰 소릴 쳤다.(하지만, 이들은 협회나 일반 소비자에게 야구공 판매 시 양모 함량에 따라 가격 차등을 뒀다. 양모 함량 90% 이상의 공을 ‘A급 공’으로 부르고, ‘이것이 A급 공’이라며 협회나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한 건 다름아닌 공인구 업체 자신들이었다) KBA는 이런 주장을 일축하고자 새로운 공인구 규정에 ‘양모 함량’을 집어넣었다. KBA 공인구 규정 ‘제5조(제조기준)’ 7항이 그것이다. 제5조(제조기준) 1. 신청한 공의 반발력이 반발측정기구에 의한 검사결과 그 평균반발계수가 0.4134에서 0.4374이내이어야 한다. 2. 공의 고무심은 규격기준에 적합하여야 한다. 3. 공의 실목폭은 16분의 6인치, 실밥수는 108이어야 한다. 4. 공의 주위는 9인치에서 9인치와 4분의 1이어야 한다. 5. 공의 중량은 141.7그램(g)에서 148.8그램(g)이내 이어야 한다. 6. 전기 각호에 규정한 사항 이외는 야구규칙의 일반규칙을 적용한다. 7. 공인구의 양모 함유량은 고교․대학 100%, 초등․중학 70%(생산 과정 중 5% 이내의 오차 범위 인정)로 한다.[2015.2.27 개정] 협회 관계자는 “일본도 고교야구에 납품되는 A급 공은 전부 양모 100% 공”이라고 운을 뗀 뒤 “지금껏 양모 함량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던 까닭에 몇몇 업체가 양모 함량이 많이 떨어지는 공을 납품해도 협회 차원에서 응징할 길이 없었다”며 “이젠 공인구 규정에 이 부분을 적시해놨기에 과거 같은 기만적인 납품은 반복하지 못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취재 중 어느 공인구 업체 관계자는 “일본아마야구협회에도 ‘양모 함량을 몇 퍼센트로 하라’는 식의 규정은 없다”며 “KBA가 너무 오버하는 것 같다”고 볼멘소릴 냈다. 맞는 말이다. 일본은 아마나 프로할 것 없이 공인구 규정에 양모 함량을 정확히 몇 퍼센트로 하라는 식의 기준은 제시하지 않는다. 왜냐? 상식을 굳이 명문화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일본 공인구 업체들은 자신들이 파는 ‘양모 100%의 A급 공’을 협회에 그대로 납품해왔다. 만약 양모 100% A급 공에 양모 60~70%의 C급 공을 팔았다면 일본야구계에서 그 업체는 당장 퇴출됐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 공인구 업체는 육안으로 야구공 속이 보이지 않는다고, 자신들의 양심까지 속이는 일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신뢰와 믿음 속에서 아이들이 좋은 공을 계속 쓸 수 있게끔 노력했다. 반면 우리는 어떠했는가. 일부 공인구 업체는 협회 관계자에게 ‘검은 돈’을 뿌렸고(이 업체는 여전히 공인구를 납품하고 있다), 야구공 속이 보이지 않는다고 양모 함량마저 속여 판매해왔다. 일부 업체 관계자가 협회의 강화된 규정에 불만을 토하는 건 그래서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KBA는 공인구 제조기준뿐 아니라 검사와 징계면에서도 진일보한 규정을 만들었다. 협회 관계자는 “‘협회 공식 전국대회에 납품하는 경기용 공인구를 대상으로 무작위 샘플 채취를 원칙으로 실시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며 “만약 협회의 공인구 기준을 준수하지 못할 시엔 1년 이상 5년 이내 협회로부터 공인받을 수 없도록 하는 강력한 제재안을 집어넣었다”고 강조했다. 한 가지 더 눈에 띄는 건 제7조(공인제조판매업자의 의무) 4항의 ‘공인구 제조판매업자는 KBO 공인구와 동일한 품질을 유지하여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지난해까지 KBA는 KBO 공인구와 같은 가격으로 공을 사오면서도 품질은 떨어지는 공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 조항을 공인구 규정에 넣으면서 몇몇 공인구 업체의 기만적 행위에 두 번 다시 속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KBA는 2월 27일 이사회의 결의를 통해 새로운 공인구 규정을 확정했고, 현재 이를 시행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1차로 공인구를 외부 시험기관에 맡겨 반발계수와 양모 함량을 살펴봤다. 반발계수에서 이상을 보인 1개 업체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업체가 협회 규정을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며 “앞으로도 공인구 수시 검사를 통해 많은 야구소년의 꿈이 어른들의 탐욕에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막겠다”고 다짐했다. 5월 22일 서울중앙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1단은 공인구 업체 대표 3명을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기소 이유는 ‘중국에서 제조된 대만과 중국 업체 공을 수입, 개별 포장지에 있던 'MADE IN CHINA' 원산지 스티커를 제거하고 공 표면에는 회사 로고와 한국야구위원회(KBO) 로고를 인쇄해 원산지를 속였다’는 것이었다. KBA의 전향적인 공인구 관리·감독 노력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주목할 일이다. 야구계가 힘을 합쳐 아이들의 꿈을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법보다 양심이 먼저'라는 걸 몇몇 어른이 깨달았으면 한다. + 말이 아닌 행동으로, 타협이 아닌 강력한 의지로 새로운 공인구 규정을 만든 윤정현 전 KBA 전무이사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그의 노력이 흔들림없이 계속 유지되는지 우리 모두 지켜볼 것이다. 프로야구 공인구, ‘스테로이드볼’이었나[1편] 백구(白球)안에 숨겨진 검은 진실[2편] 양모 함량 이렇게 시험한다. 장시환의 꿈 “마지막 타자를 삼진 잡는 마무리”(2편) 장시환 인터뷰 1편 : 암을 이겨낸 ‘한국의 존 레스터’ 장시환 오승환 "기대에 부합하면 스타, 그 기대를 뛰어넘어야 슈퍼스타" '해적' 피츠버그가 인도로 떠난 이유 썸네일 밴드트위터페이스북블로그북마크보내기 박동희 칼럼 기사목록|기사제공 : 박동희 칼럼 인쇄스크랩 댓글140안내 레이어 보기 댓글 쓰기 댓글 입력 주제와 무관한 댓글, 악플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 댓글 정렬 옵션 선택BEST댓글선택됨최신순 공지사항 네이버스포츠 댓글 Point 지급 기준 변경 level02나는독수리3시간 전신고 BEST박동희기자 덕분에 케비오두 공인구 통일구 만들려구 하구 대한야구협회두 규정이 바뀌었음. 기사 하나가 야구계 전체를 바꿔놨음,,,그런데 땡땡볼 쓰는 구단은 아직두 있다. 답글(38)공감/비공감공감513비공감108 level0487코르부스3시간 전신고 BEST검찰에 사기로 기소당한 업체는 제발 안썼으면 좋겠네요. 돼지 국내산이라고 속이고 중국산 팔고 김치 국내산이라고 속이고 중국산 파는 업체는 절대로 다시 안사먹습니다. 답글(12)공감/비공감공감345비공감25 level01jjas****3시간 전신고 BEST자세히 들여다봐서 나은 환경을 만들어주게 되었네요.박동희 기자님... 야구팬으로서 감사 인사 드립니다. 답글(1)공감/비공감공감197비공감15 level02woot****3시간 전신고 BEST막장이네 유일한 국내산은 탱탱볼이고 반발력 수치 통과한 공들은 다 중국산 ㅋㅋㅋㅋㅋㅋㅋ 어휴 제대로된 공이 없어 답글(2)공감/비공감공감117비공감7 level02koo1****3시간 전신고 BEST연구하는 기사는 인정할수 밖에없네요 잘봤습니다. 답글(0)공감/비공감공감67비공감15 level01계란3시간 전신고 좋은글 잘봤습니다. 꿈나무들에게 정의라는 햇빛을 비춰주세요. 답글(0)공감/비공감공감49비공감2 level02char****3시간 전신고 뒤에서 뒷돈 줄텐데 막기는 커녕 야구가 흥행 할수록 이런일은 앞으로 더욱더 많아질듯. 답글(0)공감/비공감공감14비공감1 level06국민거품 박병호3시간 전신고 '공인구 탐욕', 협회가 막아야 한다면 '목런 탐욕',은 누가 막죠? 답글(64)공감/비공감공감353비공감301 level02chc3****3시간 전신고 탱탱볼 안쓰면 못이기는 롯데.그걸 눈 감아주는 크보는 더 나쁜집단! 답글(29)공감/비공감공감246비공감154 level02chc3****3시간 전신고 탱탱볼 안쓰면 못이기는 롯데. 그걸 알고도 눈감아주는 개비오는 더 섞은집단 답글(6)공감/비공감공감159비공감122 전체 댓글 더보기 ― [박동희의 현장 속으로] '공인구 탐욕', 협회가 막아야 한다. 썸네일 [박동희의 선데이나잇포커스] '한화전 스윕' VS Ƌ할 승률 고수' 썸네일 [세계야구 리포트] '해적' 피츠버그가 인도로 떠난 이유 썸네일 썸네일 박동희의 스포츠 춘추 목록 보기 이슈 야구 | MLB | 국내축구 | 해외축구 | 농구 | 일반

썸네일
아이들은 야구공을 통해 꿈을 키운다. 아이들의 꿈이 어른들의 탐욕에 의해 좌절되지 않으려면 보다 많은 어른의 관심과 감시가 필요하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야구는 펜스로 둘러싸인 경기장에서 감독이 지휘하는 9명의 선수로 구성된 두 팀이 한 명 이상 심판원의 주재 아래 규칙에 따라 치르는 경기이다.(지명타자 제도를 채택한 경우 10명이 된다.)’
야구규칙 1.01 조항이다. 미국, 일본, 타이완, 도미니카를 가도 야구규칙은 대부분 1.01 조항으로 시작한다. 여기서 빠진 게 있다면 ‘무엇’으로 야구를 하느냐다. 그도 그럴 게 만약 공, 배트, 글러브가 없다면 야구는 한편의 무용이 될 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물론 배트, 글러브가 없어도 야구까지는 아니어도 ‘준(準)야구’는 즐길 수 있을지 모른다. 과거 맨손으로 공을 치고 받던 ‘찜푸’가 좋은 예다.
하지만, 공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베이스볼(baseball), 야구(野球), 봉구(棒球) 등 야구를 뜻하는 다양한 용어에 ‘볼(ball)' 구‘(球)’가 빠짐없이 들어가는 것도 야구가 공에 의해 진행되는 구기종목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공은 야구의 기본 가운데 기본인 것이다. 각설하고.
기본 장비인 공, 배트, 글러브가 갖춰지면 감독이 지휘하는 9명(혹은 10명)의 선수로 구성된 두 팀은 한 명 이상 심판원의 주재에 따라 경기를 치른다. 경기의 목적은 상대 팀보다 많이 득점해 승리하는 것이다. 이것이 야구규칙 1.02항의 내용이다.
야구 경기의 목적이 승리고, 이 승리가 정당한 인정을 받으려면 두 팀은 ‘공정한 조건’에서 경기를 치러야 한다. 특히나 팀 성적뿐만 아니라 개인기록이 리그 전체 흥행과 팬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프로리그에선 ‘공정한 조건’이야말로 리그의 항구적 유지·발전을 위해 선결사항이다.
하지만, 지난해 기자는 KBO(한국야구위원회), KBA(대한야구협회) 공인구를 취재하면서 때론 ‘공정한 조건’이 구호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공정한 조건’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을 때 인간의 탐욕이 어떻게 개입하고, 그 탐욕이 야구계의 질서를 어떤 식으로 어지럽히지는 목격했다. 무엇보다 ‘공정하지 않은 조건’으로 프로 선수들과 그보다 많은 야구소년이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렇다면 과연 올 시즌은 어떨까. KBO가 사상 첫 시도인 ‘리그 단일구’를 추진하는 가운데 KBA는 새로운 공인구 규정을 내놓고, 이를 현재 전면 시행 중이다. 야구계는 KBA의 새 공인구 규정을 ‘가장 모범적이고도 강력한 규정’으로 평하고 있다.
양모 90% 이상 A급공 돈을 주고도 저급공을 납품받았던 아마야구
썸네일
사진 왼쪽부터 지난해 대한야구협회 공인구, 사회인야구용 경기구, 한국야구위원회 공인구. 양모 95% 이상의 공들은 양모 색깔이 베이지색이다. 그러나 그 이하 공들은 사진 속 공들처럼 검붉은 색깔을 띤다. 양모 말고도 나일론, 폴리에스터, 아크릴 등 기타 섬유를 포함됐기 때문이다. 놀라운 건 가운데 지난해 사회인 야구공의 양모 함량보다 떨어지는 공이 A급 공인구로 둔갑해 사용됐다는 사실이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지난해 11월 기자는 KBA 사무실에서 협회 관계자들과 함께 ‘KBA 공인구’ 해체 작업을 벌였다. ‘KBA 공인구 가운데 양모 함량이 크게 떨어지는 저급 공인구가 유통되고, 이것이 일부 사실’이라는 기자의 취재를 협회 관계자들이 직접 확인하고 싶어했기 때문이었다.
몇 해 전부터 야구계엔 ‘프로와 아마추어 공인구 품질이 다르고, 1·2군 공인구 품질 역시 제각각’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프로야구 전지훈련용 공도 1군 공과는 다르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여기다 “KBA가 업자들에게 ‘양모 함량 90% 이상의 A급 프로 공인구’에 해당하는 돈을 주고도 양모 함량이 80%대인 B급, 60~70% 이하인 C급 공을 납품받고 있다”는 소리까지 들렸다.
만약 제보와 정보 그리고 소문이 사실이라면 이는 중대한 문제였다. 야구계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인 데다가 우리 아이들의 꿈과 미래가 어른들의 탐욕과 기만에 의해 짓밟히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당시 모 구단 관계자는 “프로구단들은 1·2군 공과 전지훈련 공 가릴 것 없이 공인구 업체에 A급에 해당하는 7만5천 900원(한 다스 기준)을 주고 공을 사온다”며 “2군 공, 전지훈련용 공이라고 공인구 업체가 더 싸게 판 일도 없을뿐더러 우리가 더 싸게 팔라고 요청한 일도 없다”고 설명했다.
KBA도 마찬가지 답변을 들려줬다. 당시 KBA 나진균 사무국장은 “현재 우리가 사용 중인 아마추어 경기구는 공인구 업체들이 프로구단에 납품하는 KBO 공인구와 똑같은 양모 90%이상의 A급 공으로 알고 있다”며 “따라서 우리도 업체에 프로구단들처럼 7만 5천 900원(한 다스 기준)을 주고 공을 사오고 있다”고 밝혔다.
프로구단들과 KBA는 “여러 해 거래한 공인구 업체가 B, C급 공을 A급으로 둔갑시켜 판매할 리 있겠느냐”며 “과거부터 그런 이야기는 있었지만, 사실이 아닐 것으로 믿어왔다”고 전했다.
썸네일
각 공인구 회사가 제시한 공별 등급. 이 회사들은 스스로 A, B, C급으로 공 등급을 나눴고, 나눠진 등급에 따라 가격 차등을 뒀다. 하지만, 지난해 야구계엔 C급 공이 A급 공으로 둔갑하고, B급 공이 A급공으로 팔려가 프로에서 사용되기도 했다. 두산 같은 구단은 올 시즌 공인구 교체를 통해 몇몇 업자들의 기만에 '더는 속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KBO는 단일구 논의에 들어갔고, KBA는 강력한 공인구 규정을 만들었다. 변화의 시작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과연 그럴까. 불행하게도 제보와 정보 그리고 소문은 대부분 사실이었다. 국가공인 섬유시험분석기관들의 양모 함량 실험 결과 프로 공인구에서도 양모 함량이 A급에 미달하는 B급 공이 나왔다. 심지어는 사회인리그에서나 사용할 법한 양모 70%대의 공까지 발견됐다. 이건 약과였다.
아마추어 공인구 사정은 더 심각했다. 양모 함량 분석 결과 프로 공인구와 아마 공인구의 양모 함량은 큰 차이가 있었다. 일부 업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공인구 업체가 프로엔 양모 90% 이상의 A급 공을 제공해왔지만, 아마엔 거의 모든 업체가 작심이라도 한 듯 프로보다 양모 함량이 떨어지는 공을 납품해왔음이 드러났다. 극히 일부 업체는 양모 60%대 C급 공인구를 A급 가격으로 KBA에 납품하기까지 했다.
프로 납품가와 동일한 금액을 받으면서도 아마추어엔 양모 함량이 낮은 공을 납품했다는 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었다. KBA가 “KBO 구단들과 같은 돈을 주는데 왜 우리한텐 이런 공을 주느냐”고 따져도 할 말이 없는 일이었다.
실제로 기자와 협회 관계자들이 KBA 공인구를 함께 해체했을 때 양모 함량 90% 이하인 B, C급 공이 태반이었다. KBA 윤정현 전무이사는 이 같은 사실을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자 길게 한숨을 내고서 “아이들이 사용하는 공을 더 잘 만들어도 시원찮을 판에 ‘눈으로 확인하지 못한다’고 아이들을 상대로 어떻게 이런 장난을 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프로 공인구와 같은 돈을 받고도 아이들에게 이런 공을 납품해왔다는 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노했다.
당시 프로와 아마 공인구의 양모 함량이 달랐던 한 공인구 업체 대표는 솔직하게 “우리 잘못이 크다”고 인정했다. 그는 “원가절감 차원에서 양모 함량을 달리한 게 아니다”라고 항변하다가 “‘프로와 아마추어 공인구 양모 함량이 다소 차이가 나도 된다’는 걸 업계의 관행으로 믿고, 지금껏 프로보다 양모 함량이 떨어지는 야구공을 A급 공으로 납품한 게 사실”이라고 털어놓은 뒤 “앞으로 KBA에도 양모 90% 이상의 A급 공을 납품하겠다”고 약속했다.
협회의 감시 소홀이 키운 '공인구 탐욕'
썸네일
2014년 KBO, KBA 공인구 규정. KBO는 공인구 규정이 아직 수정되지 않았으나, KBA는 보다 강력한 규정을 추가했다
이렇듯 저급 공인구가 A급 공인구로 팔릴 수 있었던 건 구단과 협회의 관리 소홀 탓이 컸다. 프로는 KBO가 공인구 인증에만 관여할 뿐 그 공을 쓰는 건 구단의 자율이기에 직접적인 관리 책임은 구단의 몫이었다. 하지만, 몇몇 구단 관계자는 공인구 업체와 ‘검은 결탁’을 맺어 뒷돈을 챙기는데 바빴고, 이것이 발각되자 그 구단들은 문제를 바로 잡으려 하기보단 조용히 사건을 덮는데만 치중했다. 놀라운 건 이런 부정에 개입된 이들 가운데 일부는 여전히 그 구단에서 프런트로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로가 구단 책임이 컸다면 아마야구는 협회 책임이 가장 컸다. 그도 그럴 게 KBO는 그나마 공인구 반발력 검사라도 철저히 하지만, 지난해 9월까지 KBA는 협회 창립 이래 한 번도 공인구 반발력 검사를 하지 않았었다. 반발력 검사는 고사하고, 협회 관계자가 공인구 업체로부터 ‘검은 돈’을 받아 재판정에 서기까지 했다. 한마디로 생선을 고양이에게 맡긴 꼴이었다.
그런 사이 공인구는 어른들이 탐욕을 나누는 ‘좋은 먹이’가 됐고, 저급 공이 A급 공인구로 둔갑하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된 것이었다. 특히나 이는 야구소년들의 미래에 직접적인 악영향으로 작용했다. 좋은 예가 있다.
2013년까지 아마추어 야구계는 극심한 ‘홈런 가뭄’에 시달렸다. 좋은 체격과 뛰어난 파워를 갖춘 고교야구 학생선수들이 장타를 때리는데 ‘영문 모를’ 어려움을 겪었다. 그 때문에 이들 가운데 일부는 프로 스카우트들로부터 “체구는 좋은데 장타력이 부족하고, 발까지 느린 선수”란 낙인이 찍히며 프로 입문에 실패했다. 아마야구계에선 이 문제를 두고 ‘나무배트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몇몇 야구인은 그보단 “저품질, 저반발력의 공인구가 문제 아니냐”며 KBA 공인구에 초점을 맞췄었다.
썸네일
고교야구 년도별 홈런수, 득점수의 변화. 2014년 고교야구는 기존 업체 대신 새 업체들의 경기구를 공인구로 사용하며 홈런과 득점에서 큰 변화를 맞았다. 재미난 건 양모 함량이 낮고, 전체적인 퀄리티가 떨어진 공인구를 쓴 지역에선 홈런수에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해까지 고교야구계의 극심한 '투고타저' 현상을 나무 배트 탓으로만 돌렸다. 그것이 어른들의 탐욕이 계속 유지되기에 가장 그럴 듯한 변명으로 생각됐기 때문일지 모른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우연의 일치일지는 모르나, 지난해 KBA는 새로운 공인구 업체로 모 업체를 승인했고, 이 회사의 공을 주요대회에서 사용하면서 ‘홈런 가뭄’에서 탈출했다. 이 업체가 납품한 공인구는 기자가 복수의 섬유시험분석기관에 성분 의뢰를 요청했을 때 양모 함량 94% 이상을 기록한 바 있었다.
양모 함량이 높을수록 공의 찌그러짐이 덜하고, 보다 ‘정상적’인 반발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걸 고려한다면 고교야구의 ‘홈런 정상화’는 곧 ‘공인구 정상화’를 뜻하는 것일지 몰랐다.
KBA는 기자와 공인구 양모 함량을 직접 확인한 후 “특단의 대책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윤 전무는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아이들이 사용하는 공을 갖고 일부 업체가 장난을 쳤다면 이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다. 아이들의 꿈과 미래를 짓밟는 행위에 대해선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아예 협회 규정을 바꾸겠다”고 다짐했다.

아마야구의 새로운 공인구 규정 "어른들의 탐욕을 감시하라!"
썸네일
오늘도 야구소년들은 꿈을 향해 뛰고 또 뛴다. 이 야구소년들의 꿈이, 그리고 리그의 '공정한 진행'이 이뤄지려면 가장 기본이 되는 야구공 먼저 보다 정직하게 관리돼야 한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다짐이 현실화하는 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KBA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공인구 규정을 빠르게 손봤다. 우선 공인구 규정을 강화했다.
지난해까지 한국야구위원회(KBO)와 KBA(대한야구협회)의 공인구 규정엔 ‘야구공은 평균 반발계수가 0.4134에서 0.4374 이내에 들어야 하며, 공의 솔기 폭은 16분의 6인치·실밥수는 108이어야 하고, 공의 둘레는 9인치에서 9인치 4분의 1이어야 한다. 그리고 공의 중량은 141.7g에서 148.8g 이내이어야 한다’는 내용만 적시돼 있다. 공인구 양모 함량에 대해선 규정 자체가 없었다.
이 때문에 몇몇 공인구 업체는 “KBO나 KBA 모두 공인구 규정에 ‘양모를 몇 퍼센트 쓰라’는 내용 같은 건 전혀 나와 있지 않다”며 이를 근거로 “양모를 몇 퍼센트 쓰던 공인구 반발계수만 지키면 되는 게 아니냐”고 되레 큰 소릴 쳤다.(하지만, 이들은 협회나 일반 소비자에게 야구공 판매 시 양모 함량에 따라 가격 차등을 뒀다. 양모 함량 90% 이상의 공을 ‘A급 공’으로 부르고, ‘이것이 A급 공’이라며 협회나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한 건 다름아닌 공인구 업체 자신들이었다)
KBA는 이런 주장을 일축하고자 새로운 공인구 규정에 ‘양모 함량’을 집어넣었다. KBA 공인구 규정 ‘제5조(제조기준)’ 7항이 그것이다.
제5조(제조기준)
1. 신청한 공의 반발력이 반발측정기구에 의한 검사결과 그 평균반발계수가
   0.4134에서 0.4374이내이어야 한다.
2. 공의 고무심은 규격기준에 적합하여야 한다.
3. 공의 실목폭은 16분의 6인치, 실밥수는 108이어야 한다.
4. 공의 주위는 9인치에서 9인치와 4분의 1이어야 한다.
5. 공의 중량은 141.7그램(g)에서 148.8그램(g)이내 이어야 한다.
6. 전기 각호에 규정한 사항 이외는 야구규칙의 일반규칙을 적용한다.
7. 공인구의 양모 함유량은 고교․대학 100%, 초등․중학 70%(생산 과정 중 5% 이내의 오차 범위 인정)로 한다.[2015.2.27 개정]
협회 관계자는 “일본도 고교야구에 납품되는 A급 공은 전부 양모 100% 공”이라고 운을 뗀 뒤 “지금껏 양모 함량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던 까닭에 몇몇 업체가 양모 함량이 많이 떨어지는 공을 납품해도 협회 차원에서 응징할 길이 없었다”며 “이젠 공인구 규정에 이 부분을 적시해놨기에 과거 같은 기만적인 납품은 반복하지 못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취재 중 어느 공인구 업체 관계자는 “일본아마야구협회에도 ‘양모 함량을 몇 퍼센트로 하라’는 식의 규정은 없다”며 “KBA가 너무 오버하는 것 같다”고 볼멘소릴 냈다. 맞는 말이다. 일본은 아마나 프로할 것 없이 공인구 규정에 양모 함량을 정확히 몇 퍼센트로 하라는 식의 기준은 제시하지 않는다. 왜냐? 상식을 굳이 명문화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일본 공인구 업체들은 자신들이 파는 ‘양모 100%의 A급 공’을 협회에 그대로 납품해왔다. 만약 양모 100% A급 공에 양모 60~70%의 C급 공을 팔았다면 일본야구계에서 그 업체는 당장 퇴출됐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 공인구 업체는 육안으로 야구공 속이 보이지 않는다고, 자신들의 양심까지 속이는 일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신뢰와 믿음 속에서 아이들이 좋은 공을 계속 쓸 수 있게끔 노력했다.
반면 우리는 어떠했는가. 일부 공인구 업체는 협회 관계자에게 ‘검은 돈’을 뿌렸고(이 업체는 여전히 공인구를 납품하고 있다), 야구공 속이 보이지 않는다고 양모 함량마저 속여 판매해왔다. 일부 업체 관계자가 협회의 강화된 규정에 불만을 토하는 건 그래서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KBA는 공인구 제조기준뿐 아니라 검사와 징계면에서도 진일보한 규정을 만들었다. 협회 관계자는 “‘협회 공식 전국대회에 납품하는 경기용 공인구를 대상으로 무작위 샘플 채취를 원칙으로 실시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며 “만약 협회의 공인구 기준을 준수하지 못할 시엔 1년 이상 5년 이내 협회로부터 공인받을 수 없도록 하는 강력한 제재안을 집어넣었다”고 강조했다.
한 가지 더 눈에 띄는 건 제7조(공인제조판매업자의 의무) 4항의 ‘공인구 제조판매업자는 KBO 공인구와 동일한 품질을 유지하여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지난해까지 KBA는 KBO 공인구와 같은 가격으로 공을 사오면서도 품질은 떨어지는 공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 조항을 공인구 규정에 넣으면서 몇몇 공인구 업체의 기만적 행위에 두 번 다시 속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KBA는 2월 27일 이사회의 결의를 통해 새로운 공인구 규정을 확정했고, 현재 이를 시행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1차로 공인구를 외부 시험기관에 맡겨 반발계수와 양모 함량을 살펴봤다. 반발계수에서 이상을 보인 1개 업체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업체가 협회 규정을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며 “앞으로도 공인구 수시 검사를 통해 많은 야구소년의 꿈이 어른들의 탐욕에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막겠다”고 다짐했다.
5월 22일 서울중앙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1단은 공인구 업체 대표 3명을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기소 이유는 ‘중국에서 제조된 대만과 중국 업체 공을 수입, 개별 포장지에 있던 'MADE IN CHINA' 원산지 스티커를 제거하고 공 표면에는 회사 로고와 한국야구위원회(KBO) 로고를 인쇄해 원산지를 속였다’는 것이었다.
KBA의 전향적인 공인구 관리·감독 노력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주목할 일이다. 야구계가 힘을 합쳐 아이들의 꿈을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법보다 양심이 먼저'라는 걸 몇몇 어른이 깨달았으면 한다. 

Walang komento:

Mag-post ng isang Komen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