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마운드에 다시 설 수 있을까?(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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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일기를 통해 인사드립니다. 부상을 당한 상황에서 제가 먼저 어떤 얘기를 꺼내는 게 부담스러워 지난 주 일기를 건너뛰었습니다. 8월 14일 애틀랜타전 이후로 이곳 메이저리그나 한국에서 제 ‘엉덩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더군요^^. 올시즌 엄지발톱부터 어깨 근육에다 엉덩이까지, 참으로 고른 부위에서 부상이 나타나네요. 불행 중 다행이라면 다친 부위가 재발된 게 아니라는 사실이겠죠.
14일 애틀랜타전 6회 2아웃 상황에서 B.J. 업튼을 상대할 때만 해도 1구부터 3구째까진 몸 상태가 아주 멀쩡했습니다. 주위에선 그 전부터 몸에 이상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지만, 전 아무 느낌이 없었습니다. 이전 등판 때와 마찬가지의 상황이었는데 4구째의 공을 던질 때부터 몸에서 조금씩 신호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피칭을 하며 오른발에 힘을 주면 엉덩이 뒤쪽 부분에 묵직한 느낌이 들었으니까요.
그렇다보니 공이 제대로 들어갈 리가 없었겠죠. 결국 9구째 공을 던지며 포볼을 내준 동시에 참을 수 없는 통증을 느꼈고, 곧장 트레이너를 부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햄스트링이 온 게 아닌가 하는 걱정에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LA로 돌아가 구단 주치의로부터 MRI 촬영 결과를 전달 받기 전까지 머릿속이 하얘진 듯 했습니다. 다행히 오른쪽 엉덩이 근육 염증으로 판명이 났고, 통증도 하루 이틀 지나면서 조금씩 호전되고 있어 복잡했던 마음이 한결 나아지더군요.
아직까지도 왜 엉덩이 근육에 염증이 생겼는지, 그 원인에 대해선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선수가 부상이 오려면 어느 한순간에, 공 한 개에 팔꿈치가 끊어지거나 어깨가 파열되는 상황이 오기 때문에 지금의 부상이 어느 순간부터 축적됐던 것인지, 아니면 몸 관리에 좀 더 신경 쓰라고 신호를 보낸 것인지, 저도 또 주치의도 정확하게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저로선 재활 기간 동안 프로그램대로 성실히 복귀 준비를 해야 하는 거겠죠.
어제부턴 불펜에서 캐치볼을 시작했습니다. 첫 날은 10개 이상의 공을 던진 것 같고, 오늘(8월 23일, 한국시간)은 2,30개 정도 던졌을까요? 제대로 세어보지 않아 숫자가 틀릴 수는 있지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공을 던졌습니다. 캐치볼 후 엉덩이에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틀 전부터 천천히 가볍게 달리기도 했습니다. 트레이너는 아직 뛰지 말라고 하시지만, 몸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어서 조금씩 뛰어봤는데, 별다른 통증이 없어 걱정은 덜었습니다. 언론에서는 제가 25일부터 하체운동 프로그램을 소화할 것이라고 했는데, 오늘까지 저에게 전달된 내용이 없었습니다. 만약 그런 스케줄이 예정돼 있다면 곧 스탠 콘티 트레이너가 얘기를 해주겠죠. 하체 운동의 시작은 복귀 시기를 염두에 둔 재활 프로그램이라, 저도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운동에 임할 것 같습니다.
15일짜리 부상자명단에 오르면서 선발투수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한 데 대해 미안한 마음이 아주 컸습니다. 그런데 최근 트레이드를 통해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로베르토 에르난데스와 케빈 코레이아가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어, 그나마 부담을 덜었습니다^^.
팬들은 제가 하루 빨리 복귀하길 바라지만, 올시즌 부상을 당하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면, 욕심만 앞세우지 말고, 더 멀리 내다보고 천천히, 그리고 제대로 복귀 준비를 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저도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마운드에 오르고 싶은 마음이 솟구칩니다. 그러나 팀을 위해서도 전 제대로 몸을 만들 계획입니다.
아직 정확한 복귀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지금 몸 상태를 고려한다면 8월 말 복귀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그 또한 확실치 않습니다.. 항상 건강한 모습만 보여드려야 하는데, 부상으로 인해 팬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구단이 만들어준 재활 프로그램을 열심히 소화하면서 마운드에 다시 오를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이 일기는 류현진 선수의 구술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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