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yernes, Mayo 22, 2015

류현진 MLB일기부상과 복귀 시기, 그리고 류현진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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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을 볼 수 있을까.(사진=다저스 포토블로그)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원정 경기에서 왼 어깨 통증으로 1이닝 만에 마운드에서 내려온 후 상당한 시간이 흐른 것 같은데 날짜를 되돌려 보니 열흘도 채 되지 않았네요. 그동안 선수단을 벗어나 개인 훈련을 하며 몸을 회복시키는데 주력했고, 시카고 원정 경기 합류 후에는 진짜 가벼운 캐치볼을 소화하며 조심스럽게 몸을 만들어 가는 중입니다.
무슨 말씀부터 드려야 할까요. 먼저 13일 샌프란시스코전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결과론적이지만, 불펜피칭 때부터 몸이 안 좋다는 걸 느끼면서도 마운드에 오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선발투수였기 때문입니다. 저를 포함해 대부분의 선발 투수라면 그런 상황에서 같은 선택을 했을 겁니다. 팀이 지구 우승을 다투는 중요한 라이벌전에서, 그것도 2,3차전이 아닌 원정 1차전 마운드를 맡기로 한 선발투수가 골절도 아니고, 약간의 이상 증세만 느낀 상태라면 당연히 마운드에 올라가야 했습니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어깨 통증이 심하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어깨에 이상을 감지한 후로는 제 몸이 알아서 위축되고 말았습니다. 구속도 안 나왔고, 제구가 흔들렸으며, 연속 안타를 허용하면서부터는 저도 멘탈 붕괴의 상황에 빠졌습니다.
결국엔 매팅리 감독님이 올라오셔서 조언을 해주셨고, 몸 상태에 대해서도 물어보셨지만, 전 어떻게 해서든 그 이닝만큼은 제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에 내려가면 다시 올라올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팀이 0-9로 대패를 한 것도 미안했지만, 가장 미안했던 대상은 불펜투수들이었습니다. 특히 크리스 페레즈는 2회에 올라가는 상황이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요. 솔직히 경기 후 선수들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기가 어려웠습니다.
15일 MRI 검진을 위해 LA로 돌아가는데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갔습니다. 한 시즌에 같은 부위에 부상을 두 차례나 당한 건 처음이었습니다. 왜 아픈지, 어떤 연유에서인지, 부상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언론에서는 다양한 추측을 제기하고 있지만, 저도 또 담당 주치의도 정확한 원인에 대해 알지 못합니다. 
부상이 생기면 많은 분들은 저의 개인 생활에 대해, 심지어 운동 부족이 아니냐는 지적도 하십니다. 저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비례하기 때문이겠죠. 겸허히 받아들이고, 스스로 반성도 해봅니다. 하지만 제가 겉으론 웃고 장난치는 모습을 보여도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상대로 지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고, 이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려면 어떤 노력과 훈련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부상을 좋아하는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부상이 언제 찾아올지 아는 선수도 없습니다. 모든 선수들은 부상 방지를 위해 몸을 단련시키고, 예방하려 애쓰지만, 그럼에도 그 부상은 제가 어쩌지 못하는 상대입니다. 25년을 한국에서 보내고 2년째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25년을 미국에서 보내고, 또 2년 넘게 메이저리그 생활하는 선수랑은 차이가 있었을 겁니다. 그래서 더 많은 개인 훈련을 소화했고, 노력했습니다. 이유, 핑계를 대는 건 제 스타일과 맞지 않습니다. 부상은 제 탓입니다. 그래서 자꾸 미안해집니다. 선수들에게, 또 팬들에게.
LA에서 시카고 원정경기에 합류하기 위해 마틴 형과 함께 일반 비행기를 통해 이동을 했습니다. 와, 그런데 LA에서 시카고까지 원정 응원을 가는 다저스 팬들이 엄청났습니다. 게이트 앞에서 다저스 팬들을 만나는 바람에 인사도 많이 받았고, 사인 요청도 줄을 이었습니다. 그래도 모두 힘내라는 얘기, 빨리 돌아오라는 격려를 해주셔서 시카고로 향하는 마음이 조금은 가벼웠습니다. 원정까지 불사하는 다저스 팬들의 열정을 보며 새삼 제가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지를 깨달았고, 하루 빨리 몸을 만들어서 좋은 컨디션으로 마운드에 올라야겠다는 다짐도 했습니다.
복귀 시기요? 오늘 처음으로 가벼운 캐치볼을 했고, 조금씩 훈련 강도를 높이며 몸 상태를 체크해 나갈 예정입니다. 지금은 주사 덕분인지 통증이 없는 상태이고, 훈련의 세기를 달리할 때 어깨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 팀 상황에 따라 결정되지 않을까 싶네요.
한국에서는 인천아시안게임이 한창이네요. 틈틈이 경기 소식 접하며 마음 속 응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 야구대표팀도 마음에 돌덩이 하나씩은 안고 대표팀 생활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시안게임 경험자로서 조언한다면, 다른 거 없습니다. 무조건 이겨야 합니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은 개인 기록이 아닌 단체 경쟁이기 때문에 개인이 튀는 것보다는 팀이 이기는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하긴 소속팀에서도 마찬가지이겠죠? 팀 승리가 더 중요하니까요.
얼마 전 (봉)중근이 형이랑 통화했더니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치른 분도 막상 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오니까 부담이 상당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뭐, 한두 번 경험하신 것도 아닌데…. 그러고 보면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때가 참으로 드라마틱했던 것 같습니다. 경기도 재미있었지만, 선수촌 생활은 ‘꿀맛’이었습니다. 저와 룸메이트였던 중근이 형, (추)신수 형, (송)은범이 형…. 밤마다 수다 떨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고, 형들이 막내인 저를 ‘떠받들다시피’ 해서 결승전까지 진출,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금메달 따자마자 형들의 본색이 드러났었죠. 곧장 선후배 모드로 돌아가 귀국 전까지 ‘막내’ 역할에 충실해야 했으니까요.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광저우 때 못지않은 실력과 팀워크로 시상대 맨 위에 오른 대한민국 선수들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 대표팀 선수들 실력이라면 4년 전의 영광을 재현하기에 충분합니다. 류중일 감독님을 비롯해 야구대표팀 모든 선수들,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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