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yernes, Mayo 22, 2015

[박동희의 현장 속으로] ‘트레이드 불가’ 유리 벽이 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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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드로 유니폼을 바꿔 입은 임준섭(사진 왼쪽부터)과 유창식(사진=KIA/한화)
“죄송합니다. 그 선수는 트레이드 불가 선수예요. 다른 선수를 지목하시면 안 되겠습니까.”
지난해였다. A구단 단장은 B구단과 트레이드를 진행했다. 초반 흐름은 좋았다. 두 팀 모두 ‘부족한 포지션을 트레이드를 통해 메우자’는데 합의했고, 꽤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트레이드 논의를 나눴다. 하지만, 합의에 이를 즈음. 돌연 B구단이 난색을 나타냈다. 그때 B구단이 내세운 논리가 바로 ‘그 선수는 트레이드 불가’라는 것이었다.
야구계엔 이런 트레이드 불발 건이 꽤 있다. A구단 단장은 “아쉽긴 했지만, ‘우리가 알 수 없는 내부 사정이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B구단의 입장을 100% 존중했다”며 “신인 지명회의 지명 순위가 높거나 팀이 핵심이 될만한 백업 선수를 ‘트레이드 불가 선수’로 묶는 건 낯선 장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각 팀이 암묵적으로 지목하는 ‘트레이드 불가 선수’는 A구단 단장의 말처럼 대개 신인 지명회의에서 최상위 지명을 받았던 유망주들이나 1군급 백업 요원들이다. 특히나 전자의 선수(최상위 지명 유망주)들이 ‘트레이드 불가 선수’로 분류되는 이유는 주로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최상위 지명자들이 1군 무대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하위 지명 선수들보다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D구단 운영팀장은 “하위 지명자가 성공하는 케이스도 많지만, 야구는 결국 아마추어에서 잘하던 선수가 프로에서도 잘하는 법”이라며 “서건창(넥센), 김현수(두산) 등 육성선수 출신의 성공한 선수도 많으나, 노경은(두산), 박병호(넥센)처럼 대기만성형의 선수가 더 많은 만큼 모든 구단은 ‘언젠가 잭폿이 터질 것’이란 믿음으로 신인 지명회의 상위 지명자들을 ‘트레이드 불가 카드’로 묶게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최상위 지명 선수를 다른 팀에 트레이드하고, 그 선수가 팀을 바꾼 뒤 맹활약을 했을 때 원소속팀에 불어올 역풍이 걱정되는 까닭이다.
LG는 오랫동안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구단’으로 유명했다. 이용규(한화), 김상현(kt), 박병호 등 트레이드를 통해 다른 팀으로 떠난 선수들이 깜짝 놀랄 만한 활약을 펼친 게 이유였다. 그로 인해 LG는 누구보다 소속팀 선수들에게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자주 제공하고도 거센 역풍에 시달려야 했고, 야구계로부터도 ‘능력 없는 구단’이란 비판을 듣곤 했다.
하지만, LG가 최근 2년 연속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수 있었던 건 손주인, 현재윤, 최경철 같은 선수들을 트레이드해와 효과적으로 활용한 덕분이었다. 그리고 LG가 주요 선수들을 계속 적금처럼 묵혀놨다면 우리는 박병호같은 걸출한 홈런왕의 탄생을 목격할 수 없었을지 모른다. 각설하고.
어쨌거나 많은 구단은 여전히 ‘우리 팀을 떠난 유망주가 다른 팀에서 펄펄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왜 당신 팀에 있을 땐 이 선수가 성장하지 못했느냐’는 비난은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세 번째는 유망주를 트레이드 시장에 내놔도 상대 팀에서 1.5군 선수나 한참 부진한 베테랑 선수를 교환 카드로 내놓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전직 구단 단장 B 씨는 “우리 팀 최고 백업 포수를 원하는 팀이 있어 ‘그럼 단장님은 어느 선수를 내놓으시게요?’ 물었더니 1군에서 한창 부진한 불펜 투수를 제시했다”며 “그 이전에도 몇몇 팀이 관심을 보였지만, 1, 2군을 오가는 1.5군 선수이거나 전성기를 지난 베테랑을 내놓게 마련이어서 아예 ‘이 선수는 트레이드 불가 선수입니다’하고 공표를 해버렸다”고 회상했다.
'트레이드 불가 선수'들의 잇딴 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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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kt 유니폼을 입게 된 장성우(사진 왼쪽부터)와 롯데 투수가 된 박세웅. 롯데는 구단 수뇌부와 현장 코칭스태프가 바뀐 뒤 이전과는 다르게 과감한 구단 운영을 시도하고 있다(사진=롯데/kt)
한동안 공고했던 ‘트레이드 불가 선수’의 유리 벽이 깨지기 시작한 건 올 시즌부터다. 발단은 롯데-kt의 트레이드였다.
5월 2일 롯데와 kt는 ‘롯데 투수 최대성(30), 포수 장성우(25), 윤여운(25), 내야수 이창진(24), 하준호(26)가 kt로 가고, kt 투수 박세웅(20), 이성민(25), 조현우(21), 포수 안중열(20)이 롯데로 오는 4대 5 트레이드를 했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주목할 선수는 장성우와 박세웅이었다. 두 선수는 소속팀에서 ‘트레이드 불가 선수’로 꼽혔던 이들이었다. 먼저 ‘2008 신인 지명회의 1차 지명자’ 장성우다.
스프링캠프가 한창 진행 중이던 2월에 E구단과 롯데는 트레이드 논의를 펼쳤다. E구단은 포수 장성우를 원했고, 롯데는 마운드 보강을 위해 투수를 바랐다. E구단은 불펜 주력 투수를 제시하며 롯데와 조금씩 타협안을 찾기 시작했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논의는 그러나 롯데 측에서 난색을 표하며 ‘없던 일’이 됐다.
E구단 관계자는 “그때 롯데 측에서 ‘죄송합니다. 장성우는 트레이드 카드로 쓰기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하고 정중하게 거절 의사를 밝혔다”며 “이전에도 다른 팀으로부터 ‘롯데가 장성우는 트레이드 불가 선수로 분류하고 있어 데려오기 힘들 것’이란 이야기를 들었는데 실제로도 그런 것 같아 더는 이야기를 진전시키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트레이드 논의를 접었다”고 밝혔다.
E구단을 제외하고도 그간 장성우를 원한 팀은 많았다. 한 구단은 마무리 투수 카드를 내보이며 장성우를 구애하기도 했다. 하지만, 롯데에선 정중한 거절 의사를 나타냈다. 역시 표면적 이유는 ‘장성우는 팀 전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 즉 트레이드 불가 선수’라는 것이었다.
박세웅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2014 신인지명회의’에서 kt에 1차 지명된 고졸 우완 투수 박세웅은 코칭스태프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 최고 유망주였다. 조범현 kt 감독은 “(박)세웅이는 타고난 능력뿐만 아니라 영리한 머리, 노력하는 자세, 탄탄한 내구성이 돋보이는 투수”라며 “우리 팀 10년을 이끌 기둥 투수 재목을 꼽으라면 단연 박세웅을 꼽겠다”고 말하곤 했다.
당연히 이유겠지만, kt는 트레이드 시장을 노크하면서도 상대 팀이 “박세웅을 달라”고 하면 한사코 “No”를 하게 마련이었다. 박세웅 영입을 시도했던 모 구단 단장은 “kt가 트레이드 이야기를 꺼냈을 때 ‘우리가 원하는 카드는 박세웅밖에 없다’고 하자 kt 측에서 ‘그건 좀 곤란하다. 아시다시피 박세웅은 우리가 1차 지명한 팀 내 최고 유망주라, 트레이드 불가 카드’라고 답했다”며 “우리가 kt라도 박세웅을 내주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아 ‘알겠습니다’하고는 논의를 마무리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장성우와 박세웅 두 ‘트레이드 불가 선수’들은 역설적으로 ‘트레이드 주역’으로 맞교환 카드가 됐다.
이뿐이 아니다. 6일 한화와 KIA 역시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한화 투수 유창식(23), 김광수(34), 외야수 오준혁(23)과 노수광(25)이 KIA로 가고, KIA 투수 임준섭(26) 박성호(29), 외야수 이종환(29)이 한화로 오는 4대 3 트레이드였다.
야구계가 주목한 건 한화 유창식의 이적이었다. 유창식은 ‘2011 신인 지명회의’에서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지명된 ‘특급 유망주’였다. 한때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표적이 됐던 유창식은 그러나 프로에 입문하고선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놀라운 건 그럼에도 여러 팀에서 유창식을 ‘아직 덜 익었지만, 다 익으면 큰돈을 벌어줄 푸른 과일’처럼 생각해 그를 트레이드로 데려오려 애를 썼다는 것이었다.
지난해에도 모 구단에선 진지하게 유창식 트레이드를 진행했다. 그러나 한화가 난색을 나타내며 결국 트레이드는 불발로 끝났다. 당시 상황을 잘 기억하는 한 야구인은 “모 구단에선 ‘환경이 바뀌면 유창식이 고교 때 실력을 낼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특히나 이 구단은 좌완 투수가 부족했기에 더 유창식을 매력적으로 봤다”며 “그러나 한화 측에서 ‘전체 1라운드 1순위 지명 선수를 트레이드 카드로 쓰기엔 부담이 있다. 아무래도 유창식은 어려울 것 같다’라고 답변해 트레이드가 최종 불발로 끝났다”고 전후 사정을 설명했다.
하지만, 유창식 역시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소속팀 유니폼을 바꿔 입게 됐다. 장성우, 박세웅처럼 소속구단의 ‘트레이드 불가 선수’에서 트레이드의 좋은 팻감으로 활용된 것이다.
꿈틀대는 트레이드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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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16일 '2011 신인 지명회의'에서 한화에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지명된 왼손투수 유창식(당시 광주일고, 사진 맨오른쪽)(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야구계는 장성우, 박세웅, 유창식의 트레이드를 보며 ‘KBO리그 트레이드 지형이 변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구단 단장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장성우, 박세웅, 유창식 모두 1차 지명 혹은 1라운드 전체 1번 지명으로 화려하게 프로에 데뷔했던 최고 유망주들이다. 그동안 이런 선수들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하는 건 다소 금기시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세 선수가 비슷한 시기에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되면서 그간 상위 지명 유망주들을 보호하던 유리벽에 금이 간 분위기다. 당장 우리부터도 ‘어라, 이거 봐라. 이렇게 해도 되네’하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모르긴 몰라도 앞으로 유망주를 적금처럼 대하는 분위기는 많이 사라질 거다. 반대로 예전처럼 유망주가 크길 무한적으로 기다리기보단 팀 전력 강화를 위한 유용한 교환 카드로 적극 활용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을까 싶다.”
다른 단장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예전 같으면 당장 활용을 못해도 미래를 보고 유망주를 계속 데리고 있는 분위기였다. 단장 중에선 ‘1군만 보면 머리가 아프지만, 2군만 보면 배가 부른다’고 하는 분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엔 팀 전력 향상을 위해서라면 유망주라도 내줄 수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2군 선수나 유망주를 보며 배가 불렀던 게 ‘헛배’일 수도 있다는 걸 조금씩 자각하는 것 같다.”
덧붙여 이 단장은 “얼마 전까지 트레이드는 ‘우리는 이 포지션의 선수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 선수가 필요 없으니 당신네가 가져가시오’하는 식으로 뭔가를 얻으면서 뭔가를 정리하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최근 트레이드는 ‘우리는 이 포지션의 선수가 필요하다’는 건 똑같으나, ‘이 선수가 우리도 필요하지만, 당신네가 이 선수를 더 필요로 하니 우리가 좀 손해를 보는 기분이라도 데려가 쓰십시오’하는 적극적 윈-윈 분위기로 이뤄지고 있다”며 “제한된 KBO리그 선수층을 봤을 때 적극적인 트레이드를 통해 서로의 부족분을 채우는 것이야말로 가장 현명한 전력 강화법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틀린 말도 아니다. FA 계약액이 날로 증가하고, 구단간 복마전이 거듭되면서 ‘구단 재정이 풍족하지 않은 팀(넥센)’이나 '투자에 인색한 팀(kt)' 혹은 ‘탬퍼링을 지양하는 정직한 팀(LG)’은 전력 강화에 애를 먹기 일쑤다. 현대야구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며 ‘슈퍼 루키’의 탄생도 갈수록 줄고 있다. 이런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많은 야구인은 “리그 전력 평준화를 위해서라도 트레이드가 좋은 전력 강화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프런트가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반영하려는 추세도 눈여겨볼 만하다. 롯데-kt, 한화-KIA 트레이드는 하나 같이 현장 감독들이 트레이드 물꼬를 트고, 차후 구단 프런트가 카드를 맞춰 진행한 케이스들이다. ‘트레이드 불가 카드’가 ‘트레이드 가능 카드’로 전환된 것도 따지고 보면 현장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구단 프런트의 전향적인 자세 덕분이었다.
‘성적에 죽고 사는 KBO리그’에서 코칭스태프와 구단 수뇌부가 한곳을 바라보는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물론 여기서 간과해선 안 되는 게 있다. ‘당장’에 급한 코칭스태프가 무리한 트레이드를 단행하려고 할 때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프런트가 얼마나 현장을 잘 제어하고, 설득하느냐다.

만약 그 제어와 설득이 잘 통하지 않는다면 구단은 자칫 '오늘만 사는 팀'이 될 수 있다. 과거 롯데가 백인천 감독의 이대호, 손민한 트레이드를 몸을 던져 막은 게 좋은 예다(백 전 감독은 부인, 당시 백 전 감독 제외한 코치들과 롯데 다수 관계자는 인정).
어쨌거나 ‘트레이드 불가’의 유리 벽이 깨지고 있다는 건 여러 의미에서 긍정적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선수들에게도 유리한 흐름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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