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yernes, Mayo 22, 2015

추신수 MLB 일기 “벤치의 세심한 배려, 고마움과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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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레인저스 제프 배니스터 감독. ⓒ gettyimages/멀티비츠
오늘(20일) 같은 경기는 정말 할 말을 잃게 합니다. 경기가 1회말부터 0-2로 지고 있다가 3회초 7-2로 리드하는가 싶었더니 곧장 시애틀이 3점을 따라 붙어 7-5가 됐고, 6회초 우리가 3점을 보태 10-5로 앞서갈 때만 해도 남은 경기가 수월하게 풀려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7회말 시애틀이 1점을 추가, 10-6이 되더니, 8회말에는 3점을 보태 10-9 턱밑까지 추격전을 펼쳤습니다. 결국 9회말에 시애틀은 기어이 10-10 동점을 만들었고, 9회말 2아웃 상황에서 터진 넬슨 크루즈의 끝내기 안타로 우리는 10-11,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모처럼 타선이 활기를 찾으며 점수를 많이 뽑아냈음에도 불구하고 마운드가 흔들리다 보니 일찍 쌓아 놓은 점수를 지키지 못하고 경기 내내 쫓기는 상황에서 결국엔 역전패로 끝나버린 부분은 선수들에게 적잖은 아쉬움을 안겨줬습니다. 다음 방문지가 애리조나. 오늘 점수를 끝까지 제대로 지켰더라면 애리조나로 향하는 마음이 한결 가벼웠을 텐데, 솔직히 그렇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등 부위 통증 이후 시즌 초반 조금씩 타격감이 올라오던 흐름이 잠시 주춤하고 있습니다. 통증 강도가 점차 사라지면서 곧장 경기에 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감독님이 보시기엔 제 상태가 온전치 않았다고 판단하셨나 봅니다. 휴식 차원에서 경기에서 빼거나 아니면 타순을 조정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지명타자로 경기에 내보내고 있으니까요.
선수 기용 여부는 감독님의 고유 권한입니다. 제가 나가고 싶다고 해서 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제가 쉬고 싶다고 쉴 수 있는 게 아닌, 전적으로 감독님의 판단 아래 결정되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한창 타격감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휴식을 주거나 타순이 자주 바뀌는 건 적응면에서 약간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물론 감독님도 저를 따로 불러 자신이 왜 그런 라인업을 짜고, 좌완 투수가 상대 선발로 나올 때 저를 왜 뺐는지, 그리고 왜 지명타자와 수비를 번갈아 맡기고 있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줬습니다. 감독님 말씀을 들으면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팀을 이끄는 리더로선 지금 당장의 상황보다는 더 멀리, 예기치 않은 일에 미리 대비해야 하고, 디테일한 부분까지 준비해 나갈 때 선수 한두 명의 희생과 이해가 뒤따라야 하는 것이란 사실을요. 그것을 못 받아들인다고 하면 전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은 가슴과 머리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 클리블랜드 시절부터 지금까지 여러 감독님들과 만남과 이별을 반복했습니다. 때로는 제가 그분들에게 실망을 드린 적도 있고, 어느 분은 제게 안타까움을 안겨주시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대부분은 제 야구를 인정하고 존중해줬고 높이 평가했으며 그로 인해 서로 깊은 신뢰 속에서 시즌을 보내곤 했습니다.
전 지금의 배니스터 감독님과도 그런 신뢰가 형성돼 있다고 믿습니다. 감독님도 저를 믿기 때문에 어려운 부탁도 하시고,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까지 자세히 얘기해주시며 양해를 구하는 점은 고맙게 생각합니다. 선수라면 어느 상황에 놓여도 최선을 다해 자기의 실력을 보여줘야 하는데, 전 아직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벤치에서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쓰고 배려하다 보니 오히려 야구에만 집중하지 못하고 자꾸 다른 생각을 하게 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인터뷰에서도 여러 번 밝혔듯이 전 어느 타순에 갖다 놔도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할 겁니다. 실제 그렇게 하려고 노력 중이고요. 시즌 초반이고, 선수들의 타격감이 제대로 올라오지 않은 이상 감독님의 라인업 변경은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저도 그 안에서 잘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방법도 찾고, 더 열심히 정답을 찾아가도록 해야겠죠.
그런데도 제 몸에선 혼자 휴식을 취하는 것보다 좌완이든, 우완이든 매일 경기에 출전해서 공도 고르고, 맞기도 하고, 삼진도 당하고, 안타도 치고, 홈런도 날리면서 몸으로 경기 감각을 익히는 걸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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