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른 류현진. 부상 부위에 통증이 없다는 사실이 그를 환하게 웃게 만든다. 류현진의 '통역' 아닌 '형' 마틴 김과 함께.(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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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와의 원정 경기를 통해 복귀전을 치렀습니다. 경기 내용도, 결과도 만족스러웠던 복귀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자고 일어난 다음날 오른쪽 엉덩이에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가장 큰 기쁨이었죠. 오랜만에 몸을 쓰는 바람에 온몸이 뭉쳐 마사지를 받긴 했지만, 통증은 제로였습니다.
샌디에이고전 1회 말, 18일 만에 마운드에 오르며 여러 가지 생각들이 교차해갔습니다. 허니컷 투수코치와 비디오 분석을 통해 상대팀 타자들의 성향을 파악했던 터라 1회에는 어떤 형태로 공을 던질 것인지에 대해 계획이 서 있었지만, 스포츠에선 예측과 결과가 어긋나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에 과연 샌디에이고 선수들이 제가 원하는 방향대로 따라올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전 샌디에이고 1,2,3번 타자들이 낮은 공에 강하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1회부터 의도적으로 높은 공을 던지며 타자들을 혼란시킬 생각이었습니다. 설령 높게 제구 되는 공으로 인해 안타나 홈런을 맞는다고 해도 충분히 감당할 자신이 있었고, 무엇보다 우리 팀 타선에서 절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습니다.
솔라르테와 그란달에게 2루타를 맞고 1점을 헌납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습니다. 부상자명단에 올라갔던 투수가 복귀전에서 승리를 거두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부상 부위에 통증만 느끼지 않는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실점에 대해선 편하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저도 승부욕이 강한 사람이라 1회말 1사 후 3루 상황이 됐을 때는 몸이 먼저 반응을 하더라고요. 제드 졸코 선수를 상대할 때부터 100%의 힘으로 전력을 다해 던졌고, 94마일을 찍는 속구가 나왔습니다. 복귀를 앞두고 불펜피칭이나 시뮬레이션 피칭을 하면서 전력을 다해 던지진 않았습니다. 경기 전 몸을 푸는 상황에서도 조심스러운 마음에 100%의 힘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실전에서 위기를 넘겨야 한다는 생각에 최고의 구속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7회까지 84개의 공을 던지고 내려왔습니다. 매팅리 감독이 저에게 다가와선 투구수가 적으니 8회에 올라가 한 타자 정도는 잡고 내려올 수 있느냐고 물었고, 전 당연히 ‘예스’라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7회 말 우리 팀 공격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감독님은 투수 교체를 지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저는 감독님의 지시에 따라야 했고요.
복귀전을 앞두고선 시뮬레이션 투구수가 적다, 너무 성급하게 마운드에 오르는 게 아니냐는 우려와 걱정도 제기됐지만, 감독님이나 허니컷 투수코치는 제 몸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계셨고, 저도 다른 경기보다 샌디에이고전이 복귀전으로는 최상의 카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샌디에이고전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번 경기에서 보인 커브를 두고 여러 가지 해석들이 있던데, 커브는 따로 연습하지 않았고, 이전에 던졌던 대로 던졌을 뿐입니다. 몸 컨디션이 좋았던 게 제구력이 뛰어난 커브로 이어졌다고 봅니다. 승수를 챙겼던 경기를 돌아보면 그날 유독 잘 먹히는 공이 있었습니다. 체인지업으로 1승을 더한 경기가 있는가 하면, 고속 슬라이더로 타자들을 유혹(?)했던 경기도 있었고, 샌디에이고전처럼 커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날도 있는 것처럼 말이죠.
어깨 부상을 딛고 복귀전을 치른 뉴욕 메츠전과 엉덩이 근육 염증으로 복귀전을 가진 이번 샌디에이고전은 경기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달랐습니다. 어깨 부상은 이전에 아팠던 곳이라 경험면에서 복귀전에 자신이 있었다면, 샌디에이고전은 처음으로 통증을 느낀 부위였기 때문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부상 없이, 통증 없이 야구를 한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다시 한 번 절감했습니다.
요즘 우리 팀 클럽하우스에는 한국의 팬들과 마틴 형이 사온 ‘메이드 인 코리아’ 과자들이 넘쳐납니다. 달달한 맛을 좋아하는 선수들이 그 과자들을 탐을 내고 있는데요, 그중 최고는 이디어이죠. 이디어는 한국 음식은 물론 과자까지 정말 좋아합니다. 이디어가 한국 과자를 먹는 모습이 사진에 잡히니까 이번에는 질투심 많은 유리베가 과자봉지를 들고 더그아웃에 나타났습니다. 자신도 한국 과자를 좋아한다는 표정을 지으면서요. 아무래도 다저스 선수들이 한국 과자 광고를 찍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요? 혹시 관심있는 과자 회사가 있다면 다저스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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